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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추천]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

by 식 2018. 2. 23.

나는 저 아이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

매일 밤 주문처럼 되뇌며 잠들었다.

결국 그 마음 또한 모순적이고 엉뚱하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고 있었으나, 다른 해답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그를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마음에 두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말은 애초에 모순이나 다름 없다.

그러려 노력한다는 순간 이미 그것을 사랑하고 있다는걸 인정하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밤에 읽어내리다가 몇번을 곱씹게 만드는 문장

특유의 감성을 풀어내는 코드가 나랑 맞아서 좋다


멸망한 세계의 사냥꾼은 먼 미래의 종말의 세계를 그려낸다

번뇌와 후회속에서 꿈을 좇아가고 집착과 미련, 망설임가운데에서 확신을 찾아나가는 악마와 악마사냥꾼들의 성장물(?)

읽다보면 주인공은 진짜 이기적인 나쁜놈이라 가끔 정이 안갈때도 있지만 캐릭터들의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주변환경과 짜여진 시스템에 순응하며 의무를 부여받는 이들과 그에 반항하고 엇나간 꿈을 가진 이들의 대립구도에서 

그들 모두에게 공감할수 있던 이유는 누구도 틀리지 않은 각자의 정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에게 나를 투영하고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면서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가벼운 현대물이 판치는 요즘에 잘 구축된 세계관속에서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수작.

완결에 다가가고 있어서 아쉽다


+ 완결과 작가님의 후기를 읽고

판타지 소설은 어쩌면 현실을 잊기 위한 대리만족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는 한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게 고단한 삶의 탈출구로서의 한 방편일 수 있다

몇년간 꾸준히 성실하게 써내려온 작품이 작가님에게는 절박했던 기나긴 도주의 기록이었다는 말에

그런 글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었고 공감이었으며 위로였다는 것과

긴 여로의 종착지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벌개취미의 꽃말처럼 당신을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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